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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배, 귤. 과일값 폭등 이유와 과일가격 전망은?

by 고등어와 치즈 2024. 3. 27.

 

언젠가부터 장바구니에 과일을 담기가 겁이 난다. 3kg 사과 가격이 다음 주문할 때는 2.5kg 가격이 되어 있고, 그다음엔 2kg 가격이 되어 있다. '그래, 얼마나 먹는다고. 과일 정도는 떨어지지 않게 먹어야지.' 그러면서 버텼다. 그런데 더 이상은 후덜덜이다. 그래서 못난이 사과를 찾아보게 되고 가정용 사과를 찾게 된다.

우리의 주식인 밥과 김치. 그리고 제철 과일은 대부분 구비해두고 살았다. 가격이 조금 올라도 어쩔 수 없는 마음으로 구매해 왔고, 그래서 농산물은 가격탄력성이 낮다고 했다. 하지만, 가격 상승의 정도도 서민들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치가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는 그 한계치를 뛰어넘는 '애그플레이션' 시대를 살아가는 듯하다.

전년 동월 대비 사과는 71%, 귤은 78.1%, 배는 61.1%가 올랐다고 한다. 대체 이렇게까지 된 원인은 무엇이며 대책은 없는 것일까?  2024년 봄. 우리는 과일값이 고깃값보다 비싼 시대를 살고 있다.

 

과일값 폭등 이유

1. 기후의 변화

농산물은 기후에 민감하다. 제때 알맞은 온도와 습도, 햇살이 유지되어야만 한다. 그러나 지구에는 이상기온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추워야 할 겨울이 따뜻하고 비가 와야 할 시기에 비가 오지 않는가 하면, 수확을 앞두고 거센 태풍이 반복해 몰아친다. 지구 한쪽에서는 가뭄이 극심한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홍수와 태풍으로 사람들이 죽어간다.

사계절이 뚜렷했던 우리나라도 이제는 동남아의 아열대 기후를 닮아가는 듯하다. 고온다습한 환경으로 인한 병충해 피해가 만연하고 있고, 이른 봄의 이상고온현상으로 일찌감치 활짝 핀 꽃들은 그 무렵 매섭게 찾아오는 꽃샘추위에 맥을 못 추고 떨어진다. 벌과 나비의 활동도 위축되어 열매가 제대로 여물지 못하게 된다. 수확량은 줄수밖에 없다.

기후 변화의 원인을 찾자면 환경 문제, 사회 산업 문제 등 복합적으로 얽히고설켜 어디서부터 시작을 해야 할 지 막막할 지경이다. 인간이 편하게, 좀 더 잘 살아보고자 자연을 배려하지 않고 했던 모든 행동이 원인은 아니었을까. 무분별하게 자연을 활용, 파괴하고 산업 발전은 유해한 가스들을 배출하고, 그로 인한 폐기물, 쓰레기가 쌓여가는 과정에서 지구는 병들기 시작했고, 곧 시한부 판정이 내려질지 모를 일이다. 환경... 지구... 우리가 모두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일일 것이다.

 

2. 복잡한 유통과정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면 늘 지적되는 것이 복잡한 유통과정이다. 지금은 쿠팡, 마켓컬리 등 온라인 직거래 시장이 많이 생겨났지만, 이런 곳 또한 가락시장과 같은 도매시장을 거쳐 이루어지는 판매 규모가 1조 원을 넘는다고 한다. 도매시장은 경매를 통해 농산물 가격의 기준을 만들어낸다. 이를 온라인 유통업체에서도 참고기준으로 삼는다.

가락시장은 도매시장 법인을 중심으로 움직이며 농협을 제외한 민간 도매시장 법인인 서울청과, 중앙청과 동화청과, 한국청과, 대아청과가 있다. 이들의 대주주를 살펴보면, 서울청과는 고려제강, 중앙청과는 태평양 건설, 동화청과는 신라교역, 한국청과는 더코리아홀딩스, 대아청과는 호반프라퍼티와 호반건설이다. 농업과는 상관없는 곳들이다. 농식품부 퇴직자와 도매시장 법인의 관계, 경매제와 이를 독점 운용하는 도매시장 법인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과일-사과
과일값 폭등

도매시장의 경매제도는 본래 농민을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경매를 통해 '공정하고 투명한 농산물값'을 정하고자 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농민들은 '경매제는 농산물 가격을 후려치는 제도로 변질되었다'고 토로한다.

생산자에서 도매시장 법인과 중도매인을 거쳐 소매상인 또는 유통업체, 가공업체로 넘어가는 4단계 거래구조는 유통비용률을 높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해서 가격의 안정성이 강점인 '시장도매인 제도'가 대안으로 등장했다. 이는 시장도매인이 산지에서 농산물을 수집해 직접 동네 마트 등 소매상에 판매하는 방식이다. 거래구조에서 중도매인 단계를 생략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경매제 이전 만연했던 '가격 후려치기', '대금 미지급' 등의 문제가 재발할 수 있다는 이유로 찬반 공방이 뜨겁다. 

 

앞으로의 과일가격 전망

시장도매인 제도에 미온적이었던 농식품부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고, 정부는 온라인 도매시장을 대안으로 내놓고, 수입업자와 식품제조, 가공업자만이 가능했던 과일 수입을 대형마트도 가능하도록 허용하겠다고 했다. 중간 유통이 사라져 소비자가격이 내려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 했다.

국내 과일 시장에 수입 과일이 물타기로 들어오면 전체적인 과일 소비자 가격은 내려가겠지. 그런데 우리가 이걸 바라던 것인가? 남의 다리 긁는 대안이란 생각이 든다. 발등에 불만 끄는 격이 아닌가 싶다. 누구를 위한 대책인가 하는 의문도 생긴다.

급격한 기후변화, 복잡한 유통구조, 그 안에 얽혀 있는 수많은 이해관계들. 이것들을 제대로 잘 풀어야 할 정부의 고민도 깊을 것이라 생각되지만, 그것이 정부의 할 일이다. 단, 내 밥줄을 놓치거나 남에게 의존하면, 더이상 그 관계는 대등해질 수 없는 터, 내 밥줄은 꽉 움켜지고 견고히 다지는 정책이 나오기를 대한민국 국민으로, 평범한 서민으로 바랄 뿐이다.


p.s. 최근 기획재정부 1차관은 폭등한 사과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남품단가 지원과 할인 확대등을 추진하여 3월 중순 이후 하락 전환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는 농산물 가격 수급 동향을 상시 점검하고 APC의 선별, 저장시설 확충 등을 통해 수급관리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하니 앞으로 안정된 과일값을 기대해 보아야겠다.

APC : 생산자가 입고한 농산물을 집하, 선별, 포장 등 상품화를 거쳐 소비자에 출하하는 산지 시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