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은 병원이나 약국 갈 때 신분증이 필요 없었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만 말하면 진료를 보고 약을 구입할 수 있었으나, 5월 20일부터는 병원, 약국을 갈 때도 신분증을 챙겨가서 제시하여야 한다. 귀찮게 왜?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타인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대고 진료를 받거나 약을 타는 문제가 많다고 하니 새어나가는 혈세를 막기엔 좋은 방책인 듯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오는 20일부터 병의원에서 진료를 받거나 약국 등을 이용할 때 신분증을 제시하도록 하였다. 이에 따라 병의원, 요양기관에서는 환자의 건강보험 가입여부를 반드시 확인하여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신설된 국민건강보험법 제 12조 제4항에서 '요양기관은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에게 요양급여를 실시하는 경우,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건강보험증이나 신분증명서로 본인 여부 및 그 자격을 확인해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제시할 수 있는 신분증은 사진과 주민등록번호, 또는 외국인 등록번호가 포함돼 있어야 한다.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여권, 장애인 등록증, 외국인 등록증, 모바일 신분증, 건강보험증, 모바일 건강보험증 등이 해당된다.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그동안은 총진료비에서 본인부담액만 냈다면 이제는 온전히 총진료비를 모두 내야만 한다. 의원급 요양급여비용이 총 3만 원이라 가정했을 때, 신분증을 제시하면 건강보험 적용을 받아 본인부담액 3천 원 정도만 냈다고 하면, 이제는 신분증이 없으면 3만 원을 내야 하는 것이다. 10배 수준이다.
건강보험의 진료비 혜택을 받기 위해서도 신분증 지참은 필수겠지만, 그동안 한국인 명의나 건강보험증을 도용, 대여해서 진료나 약 처방을 받는 외국인도 많았다. 불법 의료 쇼핑을 위해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특히 중국인 부정 수급이 월등히 많아 이들 앞으로 새어나간 건보 재정이 2조4641억원에 달한다고 하니 실로 놀라울 일이다.
더구나 부정수급 사례 중에서도 항정신성 의약품을 처방받는 사례도 큰 문제가 되었기에, 이같은 부조리를 막기 위해서도 신분증은 꼭 챙겨야겠다. 사실, 그동안 해오지 않았던 일이라 조금 귀찮을 수는 있겠으나 우리가 낸 세금이 정당하지 않게 새어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면 그 정도는 충분히 감수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고 신분증을 매번 제시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는 다음과 같다.
환자가 19세 미만이거나 해당 병의원 등에서 본인 여부 및 자격을 확인한 날로부터 6개월이 지나지 않았을 때
의사의 처방전으로 약국에서 약제를 구입하는 경우
진료 의뢰 및 회송받는 경우
보건복지부 장관이 고시한 거동이 현저히 불편한 분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른 응급환자
무언가를 예방하고 규제하기 위한 제도가 생기면 또 그 제도를 피해가기 위한 꼼수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환자가 위조 신분증을 제시하면 QR코드를 찍어보지 않는 이상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는 어려워 병원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고 한다. 이런 환자가 적발되면 병원은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건강보험공단은 환자의 본인 여부와 자격을 확인하는 병원의 의무를 다했다면, 만에 하나 신분증 위조로 부정수급이 발생하여도 병원에 책임을 물지는 않겠다고 밝혔으나 법적으로 명문화되지는 않았기에 불안요소는 여전하다는 의료계의 주장이다.
새로운 제도가 생기면 한동안은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도 병원도 마찰이 생기거나 업무에 혼란이 생길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제도는 누수가 많은 건강보험공단의 재정을 꼼꼼히 챙기자는 취지인 만큼 보완해 나갈 것은 보완해 가면서 우리의 세금을 정당히 쓸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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