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이 많이 찾는 관광지에 사는 사람들은 좋을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이제 관광지나 관광 도시에 가려면 돈을 내야 할 수도 있다. 세계적으로 그런 말들이 나오고 있고, 이미 실행 중인 나라, 도시도 있다. 관광객의 입장과 그곳에 살고 있는 현지인의 입장은 어떠할까? 우리나라도 그렇게 될까? 궁금한 마음에 알아보았다.
오버투어리즘 뜻
오버투어리즘 (Overtourism)은 지나치게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와 관광지의 수용 한계를 초과한 상태로 이로 인해 야기되는 기술적, 사회적 문제를 의미하며 과잉 관광이라고도 한다. 이는 2010년대 중반 무렵 유럽의 여러 도시에서 급증하는 관광객 문제를 고민하면서 쓰게 된 용어이다.
팬더믹이 끝난 이후 이 문제는 더더욱 부각되었고, 여행의 형태가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점에서도 그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그간의 관광이라면 낮에는 관광지를 돌아보고 밤에는 관광지를 벗어난 호텔 등에 머물렀다면 요즘은 B&B, 쉐어 하우스, 아고다, 부킹닷컴 등으로 현지인과 가까운 곳에서 숙식을 하는 관광이 많아졌다. '00에서 한 달 살기'와 같은 여행의 형태도 유행이다.
그렇다 보니 현지인들은 그들이 살고 있는 주거지에서 밤마다 파티를 하고 술을 마시는 관광객들로 인해 소음과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거기에 환경 파괴와 물가 상승으로 인해 살 집을 찾기도 힘들고 높은 물가는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이는 세계적인 관광지에만 해당하는 문제는 아니다. 우리나라의 관광지에서도 이런 불만의 소리가 터져 나온 것이 하루이틀의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관광객과 관광객을 상대로 먹고사는 현지인, 사는 곳이 관광지일 뿐인 현지인들의 입장이 얽히고설켜 해결 방법이 간단하지만은 않아 보인다.
세계의 오버투어리즘에 대한 대책
이러한 오버투어리즘의 문제를 세계각지에서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 이탈리아 베네치아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도시로 들어오는 관광객들이 돈을 내야만 들어갈 수 있게 하였다. 그동안은 숙박객들에게만 세금을 부과했으나 4월 25일부터는 당일치기 관광객이더라도 관광세 5.5유로 (약 8천 원)를 웹사이트를 통해 미리 지불하고 가야 한다. 이를 내지 않고 들어온 관광객은 적발되면 50~300유로(약 7만~44만 원)의 벌금을 물게 된다. 또 6월부터는 단체 관광객 수도 그룹당 25명으로 제한하고, 관광 가이드의 확성기 사용도 금지한다고 한다.
> 스페인 바르셀로나, 체코 프라하, 오스트리아 할수타트
이런 유명 여행지는 이미 관광세를 걷고 있으며, 2012년부터 숙박비에 관광세를 붙여왔던 바르셀로나에서는 이 또한 크게 해결책이 되지 않자 꾸준히 관광세를 올리고 있다.
> 프랑스 파리
오는 7월 26일부터 8월 11일까지 제33회 올림픽이 열리는 파리는 올 초부터 호텔 숙박객들에게 부과하던 관광세를 3배로 올렸다.
>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기존 호텔이 문을 닫지 않는 이상, 새 호텔 신축을 금지하고, 암스테르담으로 들어오는 유람선의 숫자도 줄이겠다는 관광객 제한 정책을 6월 초 발표하였다.
> 미국 하와이
하와이는 올해 안에 관광객에게 환경세 25달러(약 3만 3천 원)를 걷겠다고 하였고, 이 환경세는 하와이 해안과 야생 생태계를 보호하는 데 쓸 거라고 밝혔다.
> 일본
도쿄, 오사카, 교토 등에서는 이미 숙박세를 걷고 있었고 11월부터는 홋카이도에서 1박당 약 1만 8천 원의 관광세를 물리기로 하였다. 또한 이중가격제를 시행하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는 숙박시설, 식당 등에서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더 높은 요금을 받아 내국인과 외국인의 요금 체계를 별도로 한다는 것이다. 이미 엔저로 인한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자 일본인과 재일 외국인보다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더 비싼 요금을 받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 중국
중국은 1994년 이전에는 외국인이 쓸 수 있는 외환 태환권을 따로 발행하고 차등적용하였으나, 지금은 똑같이 인민폐만 통용되고 있다.
> 인도네시아 발리
지난 2월부터 외국인 관광객에게 관광세 1만 3천 원을 부과하기 시작했다.
> 우리나라 제주도
관광객에게 '환경보전기여금'을 걷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얘기가 나온 적이 있다.
세금부과만이 올바른 해결책일까?
세계적으로 유명 관광지는 그 나라의 국내총생산 GDP에 관광산업이 기여하는 부분이 상당하다.
관광객이 많아지면 지역 주민의 생활은 물질적으로 나아지겠지만, 쓰레기, 소음, 물가 상승, 환경 파괴 등에 시달리게 될 것이고, 관광객이 적어지면 관광객을 상대로 먹고살던 주민의 생활은 어려워지고 경기도 나빠질 것이다. 관광객과는 별개로 살아가는 주민일지라도 도미노처럼 그 영향을 받아 지역 경제의 타격은 불가피할 것이다.
그렇다고 가정 경제, 지역 경제, 나라 경제만을 생각하여 현지인들의 삶의 질이 낮아지는 것을 감수하라 하는 건 그야말로 내 얘기가 아니기 때문에 쉽게 하는 말임에 분명하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본다면 그들의 고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관광지마다 영화관 예매를 하듯 일정 시간 동안 일정 인원만이 관광을 할 수 있는 관광지 예매 티켓을 발부하는 시대가 오려나?
오버투어리즘 해결을 위해 정부와 시에서는 충분한 연구와 논의를 통해 경제와 삶의 질,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방안을 내놓기를 기대해 본다. 눈앞의 해결책이 아닌, 먼 미래까지 지속 발전할 수 있는 구상안.
여행은 한껏 풀어지고 한껏 즐기는 것이라고만 여겨왔던 관광객 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우리가 여행 가는 그곳에는 볼거리, 놀거리, 먹거리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내 집에서 편안하게 생활하는 것과 똑~같은 권리를 가진 주민들이 살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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